주지하는 바와 같이 본디지(Bondage)는 SM의 정수이자 꽃이라 불린다.
우리가 본디지를 논할 때 일본(日本)을 빼놓을 수가 없다.
우리가 가장 경멸하면서도 한편으론 동경하는 그야말로 애증(愛憎)이 교차하는 대상이 바로 일본이다.
일본인들은 이미 본디지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일본의 본디지는 완벽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이미 문화와 예술의 한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본디지를 전문적으로 가리키는 배움터도 가지고 있어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 더욱더 큰 쾌감을 줄 수 있고, 또 아름답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지도 가르치고 있다.
이미 우리들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일본의 본디지를 많이 보았고, 또 보고 있다.
겉보기에는 매우 타이트하게 묶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최대한 고통을 줄이려고 한 흔적이 엿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른바 진정한 마조 성향이라 자부하는 분들 입장에서야 한없이 아쉽겠지만...
각설하고 본디지 당한 후의 쾌감에 대해 설명하자면 그 범위가 매우 광범하지만, 우선 본디지 상태에서 어떻게 쾌감을 얻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기로 한다.
본디지란 결코 내키는 대로, 기분대로 묶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혹자는 로프라는 간단한 도구를 통해 인체를 가장 아름답게 꾸며주는가 하면, 또 혹자는 인체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자극하여 쾌감을 도출해 내기도 한다.
사견이지만 양자를 겸비해야 완전한 본디지라고 부를 수 있다고 보며, 이러한 과정은 반드시 어느 정도의 숙련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폐쇄공포증이나 답답함을 싫어하는 극단적인 경우만 아니라면 인체의 민감한 부분들을 자극하는 결박법은 꼭 피학적인 성향이 없더라도 충분히 함께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압박과 조임을 통한 자극은 일상에서 쉽게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본디지를 할 때는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
특정 대상을 상대로 묶는 방법을 보여 주지 않는 한, 두 사람이 충분한 교감을 하면서 진행해야 본디지의 진면목을 체감할 수 있다.
여느 플레이보다 본디지는 그 과정 중에 자연스러운 신체적 접촉, 즉 터치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자연스런 접촉은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더욱 긴밀하게 하는 윤활제 역할을 한다.
본디지를 통해 묶여진 신체 각부는 크건 적건 간에 일시적으로 피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남녀의 감정이 고조될 때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특정 부위의 충혈현상과 유사하다. 즉 본디지는 그 자체로도 감정을 고조를 돕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묶여 있는 사람의 경우, 특별한 거부감이 없는 이상 일종의 생리적인 쾌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내면 심리적으로 더욱 미묘하고 광범위한 쾌감, 즉 심리적으로 몽환적인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
단 이러한 쾌감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관계에서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구속이란 틀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이다.
즉 육체의 자유를 박탈 당해 거부할래야 거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역설적으로 다가오는 쾌감 말이다.
장차 자신에게 다가 올 어떤 행위에 대한 설레임과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긴장감, 수치감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인 본디지 형식, 즉 움직일 수 없는 결박 상태에서 눈까지 가려져 볼래야 볼 수 없는 박탈감 속에서 다가오는 긴장감과 수치감은 다른 플레이에서 쉽게 느끼기 어렵다.
정신의학적으로 볼 때 본디지 또한 학대의 범주에 속한다고 한다.
하지만 본디지의 경우는 일방적인 학대가 아니다. 정상적인 경우에 쌍방의 교감과 합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행위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교감과 합의를 거치지 않는 일방적인 본디지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본디지라고 할 수 없으며 범죄 행위에 불과하다.
합의된 학대를 통해 극한의 쾌감을 얻는 것은 인간의 성에 있어 비정상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개개인의 성적 행동방식이 사회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그 누구도 타인의 성적 결정권과 자유를 간섭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단순히 자신의 만족을 위해 성향적 욕망을 본디지를 통해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드시 파트너의 감정을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어야만 위험이나 육체적 손상을 방지할 수 있으며, 무책임한 학대적 행위로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본디지는 단순한 SM 행위가 아니다. 부드러움을 내재하여 상대에게 다가갈 때 더욱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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