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주류문화는 예로부터 지금까지(여기서 ‘예로부터’란 성리학이
국가의 지배 이념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시기를 가리킴) 줄곧 성을 터부시하는 금욕주의적 특징을 가져왔으며, 이로 인해 최근을
제외하고는 성(性)에 대한 담론과 연구가 전무하다시피 하였다.
이는 성리학 이념이 단순한 국가의 지배 이념을 넘어 하층민들의 삶 속에까지 깊숙이 파고든 한국적인 문화특성 때문이며, 중국 ․ 일본과 비교하더라도 그 정도가 상상을 불허한다.
적어도
중국과 일본의 경우 성리학 이념은 국가의 지배 이념에 불과할 뿐이었으며, 일반 민중의 삶, 특히 성에 대한 부분에서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동양 삼국 중에서도 그 유래가 드문 강력한 중앙집권과도 무관하지 않다.
각설하고 이런 맥락에서 볼 때 SM이란 일종의 하위문화(subculture )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변태라는 굴레를 씌워 백안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SM은 생물권역(Biological community)에서는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실제 인류의 사회생활 속에 줄곧 존재해왔다.
이에 간략하게 나마 SM이 존재하는 과학적 근거와 객관적인 조건 및 그 기반을 아래와 같이 살펴보고자 한다.
SM이 “Sadomasochism”의 약자이며, 가학피학성애(加虐被虐性愛)로 불린다는 것을 모르는 에세머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 절학무우는 이를 차라리 “SM 문화” 혹은 “SM 현상”으로 불렀으면 한다.
현실 생활 속에서 SM 현상은 능동과 피동의 두 가지 형식으로 표현된다.
중국의 여류 사회학자인 이은하(李银河)는 SM에 대해 그의 저서《虐恋亚文化》에서 “쾌감(快感)과 통감(痛感)이 어우러져 일어나는 성적 행위”라고 정의하였으며, 어떤 학자는 통감을 통해 쾌감을 얻는 성적 행위라고 하였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SM적인 현상이나 문제에 대해 두 가지 상이한 관점을 가져 왔다.
그
하나는 프로이트로 대표되는 관점으로서, 가학적 심리는 남성 고유의 특징이고 피학적 심리는 여성 고유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프로이트는 일찍이 "가학과 피학 현상의 뿌리는 정상적인 사람에게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다른 하나의 관점은 푸코로 대표되는 관점으로서 SM을 권력의 유희와 순수한 감각적 쾌감으로 보는 것이다.
SM에 대한 부정 혹은 긍정을 떠나 우리들은 SM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SM의 발생과 발전에 상당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1. 생물학적 근거에 따른 SM의 발생과 발전
생물학자들은 생물계에서도 보편적인 SM 현상이 존재한다고 여긴다.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속칭 black widow로 불리는 독거미이다.
이 거미는 서양 문학작품 속에서 남자를 파멸로 이끌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냉혹한 여자에 비유되기도 한다.
black widow는 짝짓기 과정에서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다. 단 짝짓기 기간을 제외하고는 이성 동류를 해치지 않는다.
black widow의 이처럼 괴이한 성행위적 특징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반하는 것일까?
미국의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연구한 결과 짝짓기 과정에서 수컷 거미에게 사정행위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수컷이 암컷에게 잡아먹힐 때,
특히 수컷의 머리 부분이 물려 빈사상태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사정행위가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는 곧 수컷 거미는 피학적
방식을 통해야만 비로소 성적 고조기에 이른다는 것을 설명한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black widow의 공격무기, 즉 날카로운 이빨을 제거하여 수컷 거미를 잡아먹지 못하게 한 다음
짝짓기 과정을 관찰하였는데, 이 경우 수컷 거미에게서 사정행위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밖에도 이처럼 극단적인 짝짓기를 하는 곤충으로 사마귀가 있다.
암컷 사마귀 역시 짝짓기 과정에서 수컷 사마귀를 잡아먹는다. 이로 볼 때 수컷 사마귀와 수컷 거미의 생리기능은 대략적으로 일치함을 알 수 있다.
기타 일부 군집성 동물, 예컨대 원숭이와 사자 등의 짝짓기 과정에서도 SM 현상이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2 . 사회학적 근거에 따른 SM의 발생과 발전
인류의 SM 현상 또한 보편성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류의 SM 현상이 문명의 발전이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서 형성된 산물이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SM의 물질적 토대가 되는 로프, 쇠사슬, 가죽옷, 전동 성인용품 등은 모두 인류 문명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은하(李银河) 교수는《虐恋亚文化》에서 인간 내면의 공격성, 초조감과 두려움, 죄책감, 사랑의 갈구, 권력관계 등이 SM의 발생 원인이라는 서구 학자들의 관점을 소개한 바 있다.
일부 학자들은 SM 현상을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하였다.
작성자의 일부 외국 학자들은 SM 현상을 보편적 이론으로 범위를 넓혀 설명하기도 하였다.
예컨대 미국의 심리학자인 클레어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가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피학자는 정복당하지 않은 대자연의 객체를 대표하며, 학대 도구는 생산력 요소 중에서 대자연의 객체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도구를 대표한다. 또한 다양한 정복 방식은 대자연의 객체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관적인 능동성을
대표하며, 전체 가학 과정은 인류가 대자연의 객체를 정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피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가학은 대자연을 정복한 주체를 대표하며, 가학 도구는 객체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속박의 수단을 대표한다. 또한 가학자는 대자연을 정복하고자 하는 객관적인 존재이다.
전체 피학과정은 인류가 거대한 도전을 통해 자연적인 객체를 정복하고 지배하는 과정에서 아직도 정복되지 않은 객체를 정복하는 과정이며, 피학자의 몸부림과 신음은 자유를 갈망하고 복속되지 않으려고 투쟁하는 정신을 대표한다.“
1930년대
이래로 많은 사람들은 여성들이 태생적으로 피학적인 심리를 가지고 있다는 관점을 받아들였는데, 문화계 뿐만 아니라, 의학계 또한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이러한 관점이 패미니스트들이 반대하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 나라는 세계 역사상 보기 드물게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봉건적 사회에서 민주사회로 변모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수반된 경제적인 성장은 그동안 한국인의 뇌리에서 잊혀져 왔던 성(性)에 대한 논의를 가져오게 했다.
IT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성에 대해 보다 많은 측면을 접할 수 있도록 하였고, 그 과정에서 우리 나라에도 현대적 의미의 SM이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SM이 우리 자체에서 태동하여 발전하지 못한 까닭에 외부 세계, 예컨대 일본이나 서구의 SM 문화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일종의 거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소개 또한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들은 SM이란 것이 결코 기타 문화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현상이 아니란 것을 직시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SM이 우리와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고, 그것은 우리와는 전혀 다름 문화권에서 형성된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SM 현상 혹은 문화는 우리의 삶 속에 객곽적으로 존재하여 왔다.
현실 생활 속에서 SM적 경향의 유희와 연출이 존재하고 있고, 문학 작품에서도 SM적 의미의 묘사가 내포되어 있다. 다만 아직은 주류문화의 억압으로 인해 숨기고 부정하고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SM은 인류사회의 각 단계와 각 영역에서 보편적으로 존재하여 왔다. 따라서 우리들은 이를 회피해서는 안 되며, 주류문화 역시 이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이 사회 문화의 한 부분으로의 SM을 인정하지 않고 그에 대한 담론을 멈춘다면 기성 주류문화는 결코 SM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상 절학무우의 잡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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