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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2일 일요일

변태성욕

"변태성욕"이란 단어는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이 용어가 일본에서 처음 쓰여진 것은 1913년에 독일의 정신의학자인 크라프트 에빙(Kraft-Ebing)[Psychopathia Sexualis]이 일본에 소개될 때 변태성욕이라 번역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책이 출간되면서 당시 일본에서는 변태성욕 붐이 일었으며, 문학자민속학자 등 폭넓은 분야에서 변태성욕에 대해서 논하기 시작하였고, 관련 서적들도 대거 출판되었다.

이로부터 일본에서는 성적인 의미의 "변태(變態)"라는 말이 정착되었다고 한다.

 

당시 성에 관한 생각은 지금과는 많이 다르지만. 자위행위만으로도 변태성욕이라고 하였고, 남성의 불능(인포텐스) 등도 변태성욕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변태성욕은 좋지 않은 현상이며, 반드시 올바른 성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였다. 무엇이 올바른 성생활인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극히 사적인 부분에 속하는 개인의 성생활을 어떻게 타인의 관점에서 일일이 재단하여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있을까....

 

위에서 말한 변태성욕, 성도착이란 것들은 정신의학의 분야에 속한다.

정신 의학적으로는 정상적인 성 취향을 벗어난 경우에는 성기호증 또는 성기호이상으로 불린다.

 

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유명한 것은 미국 정신의학회에 따른 것으로 아래의 두 가지 조건 모두를 충족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1) 본인이 자신의 성적기호로 심적인 갈등과 고통을 갖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

 

(2) 본인의 인생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고, 주변 사람들이나 교제 상대, 그가 속한 지역사회 등에서 다른 사람들의 건전한 생활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동 등을 억제할 수 없는 경우.

 

즉 스스로의 심적인 갈등과 고통이 전제되고 이로 인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우며,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동 등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이 그 판단기준이라고 한다.

 

따라서 정신 의학적으로는 상당히 기묘한 성적 기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본인이나 주변사람들이 이로 인해 곤란해 하거나 불편해 하지 않았다면 변태성욕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그 어떤 시대에도 성에 관한 것은 주요 관심사였다. 이는 식욕, 수면욕, 성욕이 인간의 3대 욕구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현대에는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한다. 이로 인해 예전에 비해 더욱 다양한 성벽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로리콘, SM, 페티시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성벽들이 존재한다.

 

과연 자신의 성벽이 완벽하게 정상적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다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나름의 성벽이 존재할 것이다. 다만 자신의 성적 기호를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을 뿐일 것이다.

 

그러나 변태성욕의 판단 기준에 대해서 절대적인 것은 없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뿐...

 

우리의 경우도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위 행위를 변태적 행동으로 치부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행위로 인해 변태라고 치부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동성애의 경우도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남자끼리의 동성애는 일반적인 것이었다. 유럽의 중세, 그리고 일본의 전국시대에도 소년과 무사의 성관계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른바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시 동성애를 인정하는 곳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동성애는 정신질환이나 질병이 아니다. 성적지향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은 임상적 공중 보건적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지금 이 시대, 이 순간에는 변태성욕으로 판단되지만 미래에는 정상적인 것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우리들이 함께 향유하고 있는 BDSM도 미래에 일상적인 행위로 판단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은 너무 큰 욕심일까요?